도시락 안에 든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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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안에 든 손편지
  • 제갈창수
  • 승인 2014.11.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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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창수 경민대 교수

지난 달 27일에 전북 전주시청에서 수거한 빈 도시락 속에 어린아이 손으로 쓴 메모지가 발견되어 세간에 관심을 모았다. 그 내용은 “진짜 짱짱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불고기하고 잡채우동이 짱짱짱 맛있었어요 진짜 저 오늘 밥 두그릇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딜리셔스> 다음에도 또 맛있게 해주세요”라고 또박또박 씌여있었다.

밥 한끼의 식사가 어린이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얼마나 고마웠으면 빈 도시락에 진솔하게 글을 써서 넣어두었을까!

이런 사실은 전주시가 아침을 먹을 수 없는 18세 이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세심한 조사를 통해 청소년 183명을 선정하여 아침마다 따뜻한 도시락을 보내는‘아침마다 아이 없는 엄마의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는 중에 전주시청에 고맙다는 시민들의 감사의 편지와 격려전화 그리고 문자 메세지가 많았다고 한다.

시민들의 가슴에 관청에서 돌보지 못하는 어렵고 소외된 청소년들의 밥 한끼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과 성의가 감동을 자아냈다.

그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한부모나 조부모 장애인 가정의 아이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무상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지역 아동센터에서 저녁을 제공받고 있지만 그러나 아침은 해결할 방법이 없어 굶는 형편이다. 급양비 명목의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오히려 생활비에 충당하기가 버겁고 밥을 해줄 엄마가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현실적 상황을 파악한 전주시가‘엄마의 밥상' 이라는 명분을 만들어 가난하고 소외된 청소년들의 삶에 희망과 행복감을 만들어 주는 것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모범이고 귀감이 될 만하다.

김승주 전주시장은 “아침을 굶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들이 밥을 굶거나 그로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생명과 행복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미래의 동량재가 될 소외받은 어린아이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목민관의 직업윤리에 존경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무상급식은(대통령) 공약이 아니고 지자체 재량으로 하는 것이었다.”며 “의무조항이 아닌 무상급식에 많은 재원을 쏟아 붓고 누리사업에 재원을 투입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어린이집 보육료 문제에 대해서 ”무상급식 예산 5000억원을 재고해달라고 시도 교육감들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상급식과 어린이집 무상교육은 교육복지의 핵이며 초중학교 의무교육에 있어서 근본적이다. 어린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는 밥 한끼 먹여야 되는 것이 상식 아닌가 하루를 살기가 힘드는 아이에게 예의를 가르친다고 될 일인가 기본적인 의식이 충족되고 난후 도덕을 가르치는 것이 바른 순서이다.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에 2015년 예산 요구서에 누리과정 예산 2조 1500억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였다. 교육부 장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밑돌 빼서 윗돌을 괴려는 눈속임 형국이다.

내년부터는 누리과정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 약 4조가 전액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된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지방자치가 수 십년 실시되고 있다고 해도 과연 지방자치교부금으로 대통령 공약 사업인 누리사업이 실천될 수 있을까!

지난 4일에 보건복지부가 “2013년 한국아동 종합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18세 미만이 느끼는 한국 아동의‘삶의 만족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또한‘아동결핍지수(있어야 할 것이 모자람)’에서는 OECD 국가중 가장 결핍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가구 아동의 42%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먹을 것을 살 돈이 없는‘식품 빈곤’상태를 경험했고 한 부모 및 조손 가구의 결핍률은 75.9%로 높게 나타났다.

이런 사실을 볼 때 맛있는 도시락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고운 아이의 손편지는 우리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재정이 부족하다고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의 밥 한끼를 해결해 줄 수 없다고 장난치는 어른들이 된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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