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사찰, 나는 아니어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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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사찰, 나는 아니어서 괜찮은가?
  • 신희주
  • 승인 2014.11.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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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

사이버 보안에 관해서 해마다 신간 작업을 해왔다. 작업하는 팀원들도 생경하여 지난한 시행착오 속에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머리를 모았다. 이 분야에 관해서는 너무도 무지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닥칠 문제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분명하게 감도 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어렴풋하게나마 심각한 문제일 것 같기는 하나 떠올리는 생각들은 고작 방화벽설치와 비밀번호 관리 등의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전문 기술분야로 자꾸만 밀쳐내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존재하는 그 어떤 공학적인 기술도 인간이 전제되므로 인문의 영역에 포함되는데도 말이다.

굳이 다차원적인 안보의 개념으로서 사이버 보안을 말하지 않아도 사이버 공간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중요한 영역임은 부인할 수 없다.

사회가 수직적인 위계질서에서 수평적인 관계구조로 변화되고 네트워킹에 의한 소통수단이 보편화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자연스럽다. 민주주의 국가의 최소한,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권력의 전제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이버 망명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한때 이메일이 검열 당하고 있다고 하여 메일서버가 한국에 있지 않다는 지메일로 메일 계정을 대거 옮긴 때가 있었다.

이제는 국민메신저로 자리잡은 다음카카오톡의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유출이 사찰과 다름없이 빈번했다는 소식에 독일에 서버가 있다는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하고 있다.

다음카카오톡과 정부는 카카오톡 메시지 서비스가 보안에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검사와 보수성향의 기자들, 여당의 정치인 등도 텔레그램으로 옮겨온 알림을 받을 때마다 실소를 금치 못한다. 그들에게도 털리지 않아야 할 그 무엇이 존재하기도 하거니와 결국 보안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셈이기 때문이다.

나는 숨길 것이 없는 떳떳한 사람이라서 괜찮다고 말할 문제가 아니다. 다음카카오톡뿐만 아니라 네이버 밴드, 내비게이션 검색정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예비범법자인양 국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해당 국가의 언론자유지수가 바닥일수록 텔레그램 이용자가 많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민주주의 국가의 최소한’이 무너졌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자기검열의 분위기를 조성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의사표현의 자유를 감시하며 국민의 참여를 왜곡할 수 있는 사회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를 수는 없다.

안정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면 둘 다 잃게 된다고 했다. 끊임없이 각성하고 관심을 가지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조금의 실천을 이뤄나가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여 우리의 아이들에게 말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역사는 이어지고 진보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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