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의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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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의 시대정신
  • 제갈창수
  • 승인 2014.09.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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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창수 경민대 교수



영화 ‘명량’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영화의 역사에 있어서 관객 수 1700만 명을 돌파함으로써 국내영화가 ‘아바타’의 관객 수 뿐만 아니라 흥행 수입도 넘어섰다는 이변을 낳았다. 국내영화의 저력과 국내 영화산업의 밝은 전망을 보여주었다.

그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많은 관객을 감동시키고 끌어들인 ‘명량’ 영화의 ‘노에마’가 있는 것은 아닐까! 허구적인 부분들이 첨가된 국내 영화에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사로잡았던 영화들의 몇 편을 생각해 본다면 일반적으로 지금 현실적 삶속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이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그것은 영화의 소재가 역사적 사실이나 실화에 근거한 실존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우이다.

그 이야기는 사회적 환경과 여건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초시간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 생명력에 몰입하고 현실적 삶속에서 실현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읽어낸다. 예컨대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말하는 대사에서 그 메시지가 엿보인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가짜 왕 노릇을 하는 광대 하선이 진정한 왕의 노릇을 한다는 허구적인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서 권력과 탐욕을 일으키는 신하들의 추악한 모습과 행태를 보고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事大)의 예보다 내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소중하오”라는 말에서 진정한 지도자의 품성과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갈파하는 대사에 현실의 관객들이 목말라하는 욕구의 대리 표출임을 읽어낸다.

또한 ‘변호인’에서 인권이 유린되는 독재정치에서 외로이 민주주의 이념의 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변호사 송우석은 인권 변호사의 역할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는 국민이다”고 변론과정에서 일갈하면서 재판 결과를 비난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상식적이고 근본적인 말이지만 그 말은 관객의 심장을 찌른다. 관객들에게 주는 그 아픔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현실적 삶속에서 관객들이 살고 있는 국가의 존재 이유와 국가의 폭력 그리고 권력의 의미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이끌어 낸다.

이 같은 영화의 공통분모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국가사회에 관한 문제들이다. 특히 국가와 국민 지도자와 국민사이의 관계성에서 부조화와 불균형을 통찰하게 한다. 이런 문제점의 총체적 표현이 바로 영화 ‘명량’이 아닐까!

주인공 이순신은 말한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이 말에는 지금 살고 있는 관객들이 갈증을 느끼고 있는 사회적 현실에 대한 함축된 의미가 있다.

하나는 정치적인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한 나라의 장수는 옳은 길을 마땅히 추구하며 통치자에게 충을 하여야 하지만 그 충은 백성을 위한 충이어야 한다는 그 말은 오늘의 국가에서 그것은 통치자에게 사리사욕과 권력을 위한 ‘예스맨’으로서의 충이 아니라 진정한 백성을 위한 충이라는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신하로서의 직분의식 즉 오늘날 공직윤리의 표본을 보여준다. ‘난중일기’에서 신하로서의 이순신은 자신의 삶에 대한 신념과 가치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국가를 편안히 하고 사직(社稷)을 안정시키는 일에 충성과 능력을 다하여 죽으나 사나 그렇게 하리라’

진충보국(盡忠報國과)과 애민정신(愛民精神)을 보여준 이와 같은 이순신의 역사적 인물상이 관객의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한 국가 위기관리의 무능력과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그리고 무책임한 무사안일주의가 사회를 병들게하고 불안하게한 연유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순신의 시대정신이 우리사회를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나침반의 역할을 시민들은 열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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