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세그라드그룹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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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세그라드그룹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조용만
  • 승인 2014.09.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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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前 육사정치학 교수



지난 7월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한-비세그라드 그룹(Visegrad Group) 외교장관회의’는 한국의 다층적·다면적 중견국 외교를 유럽으로 확대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으나 일반국민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내용이다.

비세그라드는 헝가리에 있는 ‘높은 성’이라는 뜻을 지닌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도시이다. 이곳에서 1992년 2월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3개국 정상이 모여 상호우호증진을 목표로 만든 협의체가 ‘비세그라드그룹’이다.

현재는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1993년에 분리되어 회원국은 4개국이다. 그룹을 형성한 최초목표는 유럽연합 및 나토에 가입하는 것이었는데 나토에는 1999년에, EU에는 2004년에 가입하여 목표를 달성하였고 지금은 중유럽 국가 간 상호협력과 EU내 지역협의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비세그라드그룹에 한국 및 우리 지방자치단체가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역사적으로 비세그라드그룹 국가들은 한민족과 비슷한 수난의 시기를 겪어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눌 수 있다. 헝가리는 13세기에 몽고의 침입으로 백성의 1/2이 죽거나 끌려갔고, 15세기에는 오스만투르크와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다가 1차 세계대전 후에 독립하였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에 협력했다가 패망하여 소련이 공산주의자들을 이용, 친소 임시정부를 출범시켰으며, 1949년에는 헝가리 인민공화국을 수립하여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던 경험이 있다.

체코 역시 보헤미아 왕국으로 시작하였으나 합스부르크 왕가 및 독일인 제왕의 통치를 받다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속령이 되었다. 1차 세계대전이후에는 면적과 인구가 1/3로 줄었다가, 1939년에는 히틀러의 침략을 받아 다시 독일의 통치를 받았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후에는 루테니아 지역을 소련에 할양한 채 독립하였고, 공산당과 비공산주의자 간의 연립정부가 구성되었던 국가이다. 폴란드도 주변 강대국에 의해 3차에 걸친 영토분할의 아픔이 있었으며 1차 세계대전이후 연합국에 의해 독립국가로 재수립되었으나 2차 세계대전 발발시 독일이 침공하여 폴란드 서부지역의 2/3를 차지하고, 나머지 1/3은 소련이 점령하였다.

1941년 독일이 소련을 침공함으로써 폴란드는 전국토가 나치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었던 국가이다. 따라서 비세그라드그룹 국가들이 모두 주변 강대국에 의해 한국과 비슷한 침략과 고난의 역사를 가졌었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잘 통하여 기본적으로 협조가 잘 되는 국가들이다.

둘째, 정치적으로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기본가치로 하는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과정이 있어 배울 점이 많은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의 체제전환 경험 전수는 남북한을 통일하는데 유용한 정보와 벤치마킹이 될 수 있다.

또한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는 6.25전쟁 후 중국과 북한이 지명한 중립국감독위원회(NNSC) 국가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국가들은 1953년부터 1995년까지 42년간 북한지역에서 정전에 대한 감독, 감시, 조사 등의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북한과도 잘 통하며 고운 정과 미운 정이 든 국가들이다. 따라서 한반도 통일 관련 공동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북한연구와 통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들이다.

셋째, 경제적으로는 유럽의 중견국으로서 한국과는 상호 보완적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어 최적의 협력조건을 갖고 있다. 헝가리와의 교역량은 1976년에 37만 달러에서 2013년에는 25억 8100만 달러로 25년 동안 거의 100배로 성장하였으며, 작년도 비세그라드 4개국과의 교역량은 137억 9,000만 달러로 유럽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슬로바키아 같은 국가는 현지인 200명 중 1명이 한국기업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을 정도로 비세그라드그룹은 유럽내 한국의 두 번째 교역대상이자 세 번째 투자대상지역이다. 따라서 국가는 물론 의정부, 동두천, 양주, 파주와 같은 지자체의 중소기업들이 이곳에 진출하여 경제파트너로서 함께 도약할 수 있는 국가들이다.

넷째, 사회문화적으로는 수많은 음악가, 조각가, 문학가를 배출한 예술의 강국인 이들 국가들과 교류를 통해 문화를 살찌울 수 있고 재외한인동포들의 재교육과 모국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섬으로써 동서문화의 교류와 문화적 가치를 고양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시립교향악단, 무용공연단 등 예술공연단을 상호 초청하여 공연기회를 가질 수 있고, 세계한인 차세대대회(17차 서울개최), 모국국립국제 교육원에서 주관하는 재외동포 모국수학교육과정개설(2014년, 공주대학교 유치), 영비즈니스리더포럼개최(3차 한상대회, 부산개최), 재외동포재단 초청장학생을 지역내 대학에 유치하여 교육시킬 수도 있으며 해외에서 성공한 기업인이나 예술 문화인을 초청하여 우리 대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줄 수도 있다.

한국은 이들 국가들과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등 기본가치를 공유하면서 상호 보완적 경제구조의 틀을 이용하고, 각각 역내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여 의지 등을 바탕으로 공동번영, 글로벌 거버넌스, 문화융성, 통합·통일 면에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제2의 도약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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