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보호' 와 '왕따'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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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보호' 와 '왕따' 이대로는 안 된다
  • 조용만
  • 승인 2014.07.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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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前 육사 정치학 교수


최근 우리사회에 충격을 준 2개의 큰 사건은 ‘유병언’과 ‘임 병장’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을 보면서 강하게 느끼는 메시지는 ‘과보호’와 ‘왕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병언은 지난 4월 16일 진도군 조도면 부근에서 제주행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사고로 꽃다운 청춘 250명을 포함하여 304명의 사망 및 실종사고를 낸 청해진 해운의 실질적인 주주이며 구원파의 교주다.

그런데 이런 재력가이자 종교인이 참회와 사과는 커녕 몇 달째 도피행각을 벌이면서 공권력과 국민을 우롱하고 있어 그 분노가 하늘을 찌르다가 이제는 지쳐가고 있는 형국이 되고 있다.

1급 지명수배자인 유병언의 도피와 잠적을 돕는 사람들은 전 체코대사, 현직판사, 세무당국 간부, 법무법인 변호사, 교수 등 전현직 고위층을 비롯하여 한국제약 대표,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인 김엄마와 신엄마, 제2김엄마, 금수원 상무, 그리고 처남 등 친인척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현직 고위층은 학연, 지연, 종교연 등이 배경이 된 마피아와 같은 연계(connection)로 정보제공 및 조언과 보호를 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구원파 신도들은 종교와 재산 등이 연계되어 ‘묻지마’식의 엄마와 같은 맹목적인 보호를 해주고 있는 것으로 심증이 간다. 아울러 계열사 간부와 친인척들은 유병언이 나를 먹여 살리는 메시아와 같은 존재이니 도덕성에 관계없이 무조건 보호해야 된다는 식이다. 모두 이성을 잃고 감성에 치우친 ‘과보호’를 서슴치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째는 우리사회 구조적 병폐의 하나인 실력주의가 아니라 혈연, 지연, 학연, 종교 인연에 얽힌 정실주의 때문이다.

둘째는 한국형 엄마들의 치맛바람 날리던 맹목적 자식사랑이 엉뚱한 목회자나 연예인에게 쏠리는 과신과 과보호 때문이다.

셋째는 편가르기식 극단주의 때문이다. 내편은 무조건 방호해야 되며 내편이 아닌 자는 모두 적이라는 극단주의적 과보호가 가져온 병폐 때문이다.

한편 6월21일 동부전선 GOP에서 발생한 임병장 총기사건은 우리사회 또 하나의 병폐인 ‘왕따’가 가져온 결과가 아닌가라고 점쳐지고 있다. 임병장이 남긴 메모지에 '나 같은 상황이었으면 누구라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내용이 이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은 수사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군내에서 왕따는 통상 3가지 연유에서 비롯된다.

첫째, 원칙을 고집하거나 요령이 없어 느린 병사들 즉 과거에 ‘고문관’으로 호칭되던 군대문화 부적응 때문이며 둘째, 불우한 가정형편에서 자라나 부정적 사고방식이 내재된 병사들 때문이고 셋째, 가방끈이 짧거나 운동이나 음악과 같은 특기가 없어 주위와 잘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사들은 통상 KMPI라고 불리는 표준인성검사를 통해서 발견되거나 분ㆍ소대 내의 동료 병사, 상급자 및 지휘자들의 건의에 의하여 A급 관심사병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A급 관심사병들은 군내에 약 1만 7천명, B급 중점관리대상 병사들이 약 4만5000명이 있어 전체 군인의 10%가 넘고 있으며 이들은 지휘자 및 지휘관들에 의하여 특별관리를 받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병사들이 통상 조직 내에서 ‘집단따돌림’을 받기 쉬워 ‘기수열외’라는 참혹한 왕따나 계급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해 ‘봉인되었던 분노’가 폭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왕따 문제는 군대뿐만 아니라 초ㆍ중고등학교, 일반직장, 다문화 사회 내에도 있다. 이는 우리사회의 지나친 서열주의가 가져온 결과이며, 어려서부터 과보호 속에 자라난 젊은이들이 모진 사회에서 홀로서기가 잘 되지 않아 발생되는 현상이기도 하고, ‘빨리빨리문화’나 적당주의 문화에 적응 못한 느린 사람들이나 원칙주의자들이 배제되는 사회적 병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과보호와 왕따! 이는 우리사회의 병폐인 실력주의가 아닌 정실주의, 맹목적인 과신과 과보호, 편가르기식 극단주의와 양극화, 지나친 서열주의, 부모들의 자식 과보호, 적당주의와 함께하는 신속주의 문화가 가져온 결과이다.

이제는 과보호와 왕따를 버리고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여 보다 안전한 사회, 더불어 사는 국가개조에 박차를 가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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