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남긴 교훈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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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남긴 교훈 3가지
  • 조용만
  • 승인 2014.06.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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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前 육사 안보관리학과 교수

4월16일 오전 8시48분경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황해 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한류열풍과 함께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국민들의 ‘자존심’을 한꺼번에 ‘자괴감과 수치심’으로 바꿔 놓은 사건이었다.

불의의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생 325명을 포함하여 총 476명 중에서 2/3에 해당하는 302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사건은 리더십, 선박과 해운업계의 구조적 시스템, 국가재난안전체계 등 3박자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백일하에 들어난 씻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리더십을 제일 먼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고 당시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의 제일먼저 배를 빠져나온 후한무치 행동 때문이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ship)의 정황에서 리더십(leadership)이 나왔듯이 리더인 선장은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지휘(Commanding people)해서 유도(Guiding people)하고 탑승객과 승무원들을 안전하게 리드(Leading people)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항상 모범적인 언행과 복장으로 카리스마를 유지하여 무언의 영향력(Influencing people)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최악의 위기상황에서는 1852년 영국의 버큰헤드(Birkenhead)호가 남아프리카 간스바이(Gansbaai) 인근해역에서 암초에 부딪혀 침몰할 때의 승무원들처럼 ‘어린이와 여자들을 먼저 탈출시키고’ 멀어져가는 구명보트를 보며 자랑스러운 제복으로 거수경례와 함께 배와 운명을 같이 했던 정신을 가졌어야 했다.

그리고 102년전 하루 전날인 1912년 4월15일 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처럼 마지막까지 조타실을 벗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1914년 10월 남극대륙 횡단의 어니스트 섀클던 경이 이끌던 영국탐험대가 634일간의 사투 속에서도 비록 탐험에는 실패했지만 28명 전원이 살아 돌아온 인내호(Fortitudine Vincimus: 우리는 인내로 정복한다)의 이야기를 기억해야 한다.

이번 사고에는 선박과 해운업계의 부실경영과 감독기관과의 먹이사슬 그리고 원칙을 지키지 않는 우리사회의 적당주의가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는 VHF 공용채널을 꺼놓고 위험수역을 운행하였으며, 진도 VTS(Vessel Traffic Service) 관제사는 의심스러운 항적에도 교신을 통해 체크하지 않았으며, 제주해경에 조난신고도 세월호보다 단원고 학생이 119를 통해 먼저 했다고 한다.

또한 청진해운은 일본에서 18년이나 운항한 고물선을 증축, 개조한 것은 물론 화물들을 고정시키는 허술한 장치로 선박의 무게중심을 순식간에 이탈시켰음은 물론, 재난에 대비한 위기조치훈련과 매뉴얼의 꼼꼼한 정비가 아예 없었던 것으로 들어나고 있다.

이를 감독하는 해양경찰서는 1척당 평균 13분 만에 안전점검을 형식적으로 해주었고, 조난된 선박 인양을 위한 구조명령은 3번 내렸어도 정작 중요한 사람을 구하는 인명구조명령은 한 번도 내리지 않았으며, 해양수산부는 여객선의 수명을 20년에서 30년으로 규제를 완화해 주었으니 시스템적으로 볼 때 사고가 안 난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현대사회에서는 전쟁의 참화보다는 환경파괴와 이상기후로부터 오는 재해재난과 인간의 과학이 만들어 놓은 핵화학물질이나 대량 수송선의 참사 및 공장건물의 화재 등이 더욱 무서운 비전통적이고 포괄적 안보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정부의 재난대응은 초동조치로부터 일원화된 관리체계를 보여주지 못했다. 앞으로 더 많이 예상되는 자연재해나 사회재난에 대비하여 국가차원의 재난대응 체계와 국가의 모든 공공시스템과 사회의 경제기반이 되는 사회간접자본(infrastructure)을 안전위주로 꼼꼼히 점검하여 개조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왔다.

항시 대응할 수 있는 조직, 인력, 경험, 장비 등을 갖춘 능력 있는 전담부서와 군?관?민 협조부서가 빈틈없는 매뉴얼과 주기적인 훈련과 보완으로 대응태세를 항시 점검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서 민방공훈련도 슬그머니 없어졌다. 국민의 생활에 잠시 불편을 준다고 없애버리는 편의주의는 호미로 막을 것을 굴삭기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며, 선거 때만 떠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은 위기가 닥쳐서야 후회하게 되고, 일이 터질 때 마다 국면전환용 땜질식 처방은 모자이크는 될지언정 행복을 꿈꾸는 화려한 카페트를 대한민국에 영원히 펼쳐주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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