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절열두조충
상태바
광절열두조충
  • 김연종
  • 승인 2014.04.23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종 김연종내과의원 원장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기생충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길이가 무려 3.5미터에 달한 기생충이 13세 소년의 몸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진 걸로 생각했던 기생충이 다시 돌아와 우리 모두를 불안케 했지만 그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과 달리 기생충은 숙주인 인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원래 기생(寄生)이란 말은 서로 다른 종(種)의 생물이 공생하며 한쪽에 해를 끼치는 생활 형태이지만, 스스로 생활하지 못한 자가 남에게 의지하여 더불어 산다는 뜻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기생충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들이 많다. 그것은 뭐니 뭐니 해도 채변봉투와 구충제에 얽힌 추억일 것이다.

위생이 좋지 않던 시절 구충제를 먹고 난 후 꿈틀거리던 회충들, 항문주위를 간지럽게 만든 요충과 편충, 주로 강가에 살던 아이들이 많이 걸렸던 디스토마 등등… 꼬박꼬박 구충제를 복용하고 손발을 깨끗이 씻고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이 기생충은 어느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린 가난한 추억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광절열두조충은 우리에게 촌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관절이란 말은 넓은 마디를 가졌다는 뜻이고 열두는 유충의 머리 부분에 홈이 나 있어 찢어진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 자란 벌레는 보통 3-10미터에 달하고, 보고된 것 중 가장 긴 건 무려 25미터나 된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이렇게 커다란 몸체에 비해 증상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광절열두조충 다이어트를 시도한 오페라 가수도 있다잖은가.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복통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오래 방치하면 빈혈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진단은 대변검사를 통해 유충과 충란을 확인하면 된다. 성충은 자기 몸체의 마디를 충란과 함께 밖으로 내보내는데 이때 꿈틀거리는 커다란 벌레를 본 환자들이 깜짝 놀라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선회를 즐겨 드시는 분들은 가끔씩 자신의 대변을 살펴 꿈틀거리는 물체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약국에서 구입하는 구충제인 회충약에는 잘 반응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 의사의 처방을 받아 디스토마 약을 복용해야 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