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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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행복하십니까?
  • 허 훈
  • 승인 2013.1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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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 논설주간/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세간에 ‘행복’이 화두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행복을 챙겨준다고 하니 우리 국민은 어안이 벙벙하다. 대통령이 국민행복을 말하니 정부정책도 이에 부응하여 행복생활권을 만든다하고, 온통 행복을 말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행복감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우리정부가 2008년에 행복수준을 조사했을 때 10점 만점에 응답자 평균이 6.9점이었다. 2009년에는 영국 신경제 재단에서 행복지수를 발표했다. 코스타리카가 1위이고 우리는 143개국 중 68위였다. 참담한 행복성적표다.

2009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7175달러로서 '08년 1만9296달러보다 줄었으니 행복지수도 그 정도겠지 했다. 지금은 어떤가? 2013년 1인당 국민소득 전망치가 한국은행 추산으로 24,044달러가 될 예상이다. 2009년 시점보다 1인당 7000 달러 정도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행복한가? 박근혜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민행복을 말한 지 꼭 1년이 지난 시점이다. 올해 12월 18일 문화관광부가 전 국민 2,537명을 조사했다.
국민이 느끼는 행복수준은 2008년과 1점도 안 틀린 6.9점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숫자는 더 늘어났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13년 사회동향을 보아도, 우리 국민의 행복수준은 높지 않다. 5점 만점으로 측정한 삶에 대한 만족도가 10대에는 3.52이지만, 30대는 3.25로 떨어지고, 50대는 3.06, 60대 이상은 2.89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행복정책에 무언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중앙일보가 조사한 바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후 1년 66건의 연설문 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창조경제가 16.7%, 국민행복이 14.7%로 1,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창조경제를 말할 때 연관하여 등장하는 단어는 과학기술, 일자리, 혁신 등이다. 또 국민행복을 말할 때 등장하는 단어는 역량, 가족, 융성, 부흥 등이다. 유추해 생각해보면 박대통령은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혁신을 달성하여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가족에게도 역량을 키우고 중산층의 부흥을 통해 국민행복을 증대시키겠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역차원에서는 지역행복생활권을 만들어 생활권 기반 확충?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성화 추구·교육여건 개선·지역문화 및 생태발전·지역의료와 복지개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론되는 사업을 보면 여전히 물적 목표가 앞서고 있고, 행복체감사업을 발굴하고 지역공동체를 육성하는 일은 아직 요원하다.

문제는 행복이란 것이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을 때 까지는 물질의 문제이지만, 2만 달러 정도 되면 심리의 문제라는 데 있다. GDP가 높은 나라라고 해서 무한정 행복하지는 않다.

이스털린이라는 미국의 경제학자가 이 점을 잘 밝혔다. 1인당 소득이 2만불 정도를 넘어서게 되면 소득의 증가가 개인의 행복증진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득이 증가하는 데도 불구하고 개인의 행복이 그만큼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이라 불린다.

진정한 행복이란 물질적 풍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만족도가 늘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행복의 필요조건이란 어느 정도 물질적인 면에서 충족이 되어야겠지만(이것도 상대적), 행복의 충분조건은 개인의 욕망의 크기를 줄이고 사회 내에서는 협력, 신뢰, 소통의 수준이 높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 정부가 수립한 행복정책이란 게 비전 자체는 옳다 해도 프로그램에서는 공허한 구두선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OECD국가 평균 자살률(2010년 통계)은 인구 10만 명당 12.8명,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3.5명로 세계 1위이다.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60대 이상 고령자의 자살이 10만 명당 86명으로 특히 많기 때문이다.

자살이 발생한 집안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의 국민행복 정책에는 최우선적으로 자살률을 낮추는 일이 무엇인지가 들어있어야 한다.

실제로 자살이 발생하는 지역사회를 책임지는 지방정부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고, 지역사회 정책으로 핀란드식 자살예방정책(자살고위험군에 대한 정신의학적 사회심리적 치료병행)을 펴게 하는 것이 훨씬 옳은 방법이다.

현 정부가 임기를 다하는 시점에선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대폭 높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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