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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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증후군
  • 신명기
  • 승인 2013.10.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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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신명기 신경정신과 의원


우리는 컴퓨터를 하다가 느려지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쉽게 리셋 버튼을 누르고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첨단 기술의 발달이 있기에 가능하겠지만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하는 노력을 너무 쉽게 생략해 버린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그동안 이어져 왔던 과정을 한순간에 지워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합리적이고 편리할 때도 있지만 우리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자꾸 정체 및 감퇴시키기도 한다.

특히 인간관계의 많은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과의 문제나 갈등을 풀어 보고자 하는 시도보다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너무 쉽게 끊어버리고 새로운 만남을 찾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리셋 증후군’이라고 하며, 이러한 경우 갈등을 해결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되풀이해서 인간관계의 문제가 생기고, 자기 스스로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항상 다른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즉 멋진 만남의 시작은 많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게 된다. 자신의 성격적 특성, 해결 안 된 갈등과 상처, 의사소통 방식 등을 파악하고 개선시키는 기회를 잃게 되어 내적 성숙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자주 직장을 옮기는 경우와 쉽게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경우, 그리고 친구가 수시로 바뀌는 경우에 한번 쯤 고려해 봐야할 문제다.

우리는 상대방과의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우선 그 문제의 발생 원인과 과정 등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어떠하며 그것이 적절하고 타당했는가? 그러한 감정과 생각이 상대방과 상관없는 원래 자신의 성격적 특성 및 자신이 겪었던 상처 등과 연관 된 것은 아니었나?

자신의 행동과 의사소통 방식에는 문제가 없었나?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어떠했을까? 만약에 스스로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문의사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오늘날 정신건강분야의 시대정신은 ‘관계의 질’이라고 한다. 인간관계의 출발은 자신이며, 상대방을 바꾸기는 어려우므로 우선 자신을 돌아보고 변화시켜, 행복의 조건에 반드시 필요한 ‘관계의 즐거움’을 더욱 성숙하게 키워 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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