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예찬-나는 왜 책을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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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예찬-나는 왜 책을 읽을까
  • 나미나
  • 승인 2013.10.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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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나 신소연산부인과 부원장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지난 여름은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이젠 우릴 회유할 생각인지 앓던이 쏘옥 빠지듯 시원스럽게 가을이 오고 있다. 모든일들이 수월하게 느껴진다.

무더위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 쳤던 일들이 이렇게 빨리 부끄러워 질 줄이야… 독서의 때가 따로 있을까마는 가을엔 심신의 노동이 수월하고 봄의 활기와는 달리 가을의 차분하고, 반성적인 분위기가 책을 가까이 하기에 안성 맞춤이다.

문자에 눈이 트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독서의 백익 무해설(?)을 한점 의심없이 믿어왔고, 살다보니 독서의 힘은 과장할 필요도 없이 나를 구원해주는 종교가 되었다. 혜민스님은 자신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삶의 시공간적인 유한성 때문에 간접경험을 위해 책을 읽으신다 한다.

그렇다. 독서가 아니면 전혜린의 독일, 홍세화의 빠리, 미우라의 일본, 시오노의 로마, 체게바라의 쿠바, 호세이니의 아프가니스탄을 어찌 이곳의 내가 경험할 수 있으리. 릴케의 사랑, 니체의 초인, 칸트의 이성, 헛세의 낭만, 카뮈의 반항, 카프카의 부조리, 박경리의 집념, 박완서의 수다. 신경숙의 슬픔, 공지영의 분투, 김훈의 하늘아래 새로운 언어를 어찌. 지금의 내가. 체험할 수 있으리오!

그 뿐인가. 독서는 밤을 지내는 재미와 호기심의 충족 사람으로 살게 하는 지혜를 얻는, 내가 아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기도 한다. 또 한가지 ‘공부는 다른 입장에서 나를 보는 연습이다’ 라고 했던가.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의 입장이 된다. 그들의 뜨거운 세계를 경험한다. 책을 덮는 순간, 쓴건 그들이었지만, 읽고, 느끼고, 변화하는건 '나'이다. 이미 이전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나는 단지 몇 시간째 앉아 있었을 뿐인데, 자아의 확장이 이루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독서가 나에게 줄 선물은 '소통을 잘하는 의사' 가 될 것 같다.

좋은 독서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환자의 마음을 읽고, 환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최대한 빨리 깨닫고, 나의 치료방법을 잘 설득하고, 아픔을 공감하는 의사의 마음을 잘 전달해서 치료기계가 아닌 사람냄새를 물씬 풍기는 잘 통하는 의사가 되고 싶기에… 독서여, 넌 만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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