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乙 관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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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乙 관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안동규
  • 승인 2013.06.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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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규 경희대학교 교수


최근에 들어서 갑과 을이란 용어를 생활 속에서 많이 들을 수가 있다. 심지어는 갑과 을이란 관계가 주종관계까지 인식되어지는 시점에서 심히 우려되는 바이기도 하다.

갑을 관계라 하면 계약서상에서 계약주도권을 가진 자가 갑이고 상대방이 을이다 이는 주종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상 필요로 하는 측에서 그 업무를 처리 능력을 가지거나 필요로 하는 측과의 계약관계이고 상호 필요로 하는 파트너인 것이다.

예컨대 어떤 회사가 불특정 다수와 계약을 하는 사무를 처리할 때 갑과 을이라는 추상명사로 미리 계약서를 다수 작성해 두고 마지막(또는 첫 문장에) ‘자신의 회사를 갑이라 하고 ( )을 을 이라 한다’는 문구만 추가해두면 공란에 상대 계약자 이름을 표기함으로 필요한 즉시 쉽게 계약서를 완성할 수 있다.

그러나 갑을이란 말이 강자와 약자를 내포하는 사회적 의미를 가진 말이 되었다. 갑을이란 말을 사용하는 대신 계약자 사이에 서로 원하는 뜻과 의미가 담긴 다른 말을 사용함으로써 계약 간의 불평등 및 수직적 관계를 해소하고 수평적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기업의 경우 서로 간에 상생협력을 강조하는 의미로 상과 생이란 말이나 구매자와 공급자란 말을 쓸 수 있다. 갑을의 명칭 및 표기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갑을관계 개선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보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인식도 같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광주광역시 남구는 갑을관계 개선에 앞장서서 명칭변경에 힘쓰고 권위주위를 타파하는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현대백화점을 협력사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갑 대신 백화점, 을 대신 협력사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처럼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백화점 업계에서 갑을관계 개선을 위한 명칭 변경 안이 각기 적용되고 있다.

본래 갑을병정은 보통사람들을 의미하는 말로서 우리사회와 풍토의 영향을 받아 현재는 관용적으로 갑은 지위가 높고 을은 지위가 낮은 수직적 관계의 의미가 되었다. 그러나 명칭을 바꾸는 것이 갑을관계 개선에 일부 영향을 줄 순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갈증해소가 될 수 없는 것일 것이다.

갑을 명칭변경과 함께 갑을관계 개선안들은 갑의 잘못의 범위를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징벌을 내리는 것들로 갑의 잘못을 벌하다가 갑과 상생관계에 있는 을이 더 다칠 수도 있을 수 있다. 해결책으로 갑과 을 사이의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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