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晩時之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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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시지탄(晩時之歎)
  • 김경택
  • 승인 2013.05.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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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경희수한의원 원장

우리는 항상 자식에 대한 걱정을 한다. 자식이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다치진 않을까, 차사고 나지 않을까, 늘 걱정이다. 어린 아이가 밤에 열이라도 나면 응급실로 뛰어가는 젊은 엄마들도 자주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어른이 된 우리 또한 부모님의 자식이다.

부모님은 이미 다 커버린 우리가 다치지 않을까, 아프진 않을까 걱정하신다. 필자의 어머니도 ‘아범아, 운전조심하고 조심해서 들어가거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때로는 이러한 말씀들이 귀에 박힐 지경에 이르곤 한다.

흔히들 내리사랑만 있고 치사랑은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부모님의 건강을 염려한 적이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연세가 있는 분들은 하루가 다르게 아픈 곳이 늘어난다.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어르신들을 봐도 온몸이 안 아프신 곳이 없다. 하도 아프시다는 곳이 많아서 우스갯소리로 ‘그럼, 안 아픈 곳이 어디에요?’ 라고 여쭤볼 정도다. 어제는 무릎, 오늘은 허리, 내일은 어깨……. 연세 드신 분들은 그동안 몸을 많이 혹사 시켰기 때문에 아플 수밖에 없다.

흔히 얘기하듯 기계도 10년이 지나면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데, 그에 비하면 사람은 70-80년을 써왔는데, 이 만큼 아픈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젊어서 무거운 것 잠깐 들고, 몸이 약간 뻐근하면 하루 쉬고 나면 풀린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근육 조금 뭉친 것조차도 도대체 풀리지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아프긴 쉽고, 낫는 데는 오래 걸린다. 노화가 되면 체내의 모든 면역체계, 신진대사가 약해지고, 각 장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뼈는 성글어져서 골절되기 쉽고, 근육은 기운이 빠져 힘이 없게 된다. 그래서 병이 잘 안 낫는다.

그런데도 부모님은 아직도 우리를, 나를 걱정하신다. 아파도 아프다는 내색을 자식들 앞에서는 안 하신다. 하지만, 한의원에 들어 오시자마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픈 곳을 말씀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아파도 자식들한테 미안해서 아프다 소리도 못 하겠어.’ 라고 하신다.

부모님의 자식 생각하는 마음은 이렇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은 중풍과 치매다. 나 하나 아프고, 죽는 것은 괜찮으나, 자식들까지 힘들게 한다며 이것만은 피하고 싶어 하신다.

다가오는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에 자식들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어디 아프시진 않은지 불편하신 곳은 없는지 여쭤보고, 건강상태를 잘 살펴보아 만시지탄(晩時之歎)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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