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어른이 문제아라고 낙인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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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어른이 문제아라고 낙인 찍는다.
  • 신희주
  • 승인 2013.04.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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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본지논설위원

전화가 왔다. 아주 흥분된 목소리다.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난 후, 부부가 얘기를 나누다가 전화한 것이다. 학교에 대해 알아본다며 경기도 혁신학교로 양평과 경기도 북부 일대와 사립학교, 서울형 혁신학교, 성미산 자치학교, 대안학교, 서울시 소규모 공립학교 등을 알아보았던 나를 기억했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앞으로 함께 살아갈 동년배를 얻고 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규칙과 방법을 터득하는 곳이다. 그 위에 삶을 살아가기 위한 원칙과 요령과 배움을 더하며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되는 곳이라고 믿는다.

읽고 듣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나의 생각을 말하고 상대의 말을 듣고 합의를 도출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곳. 이러한 학교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조건이 좋은 곳, 괜찮은 선생님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품을 팔았다. 결국 학교에서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람은 바로 선생님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 집의 아이는 영어와 미술만 좋아하여 그것만 하기를 바라는 아이란다. 그 아이를 두고 선생님은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며 집에서 따로 교육을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단다.

학교는 교육을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에 학업이 떨어지는 부분을 가장 신경 쓴다고 했단다. 학업도 학업이지만, 이미 선생님으로부터 산만하고 문제 있는 아이로 인식된 아이가 학교생활을 원만히 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홈스쿨링을 해야 하나 고민한단다. 그 아이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다.

한 아이는 작년에 학교에서 문제아였다. 담임선생님께서 그리 말했고 그로 인해 학부모는 학교도 자주 불려갔다. 전학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1년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한 해가 바뀌고선 아주 명랑하고 자신의 의견이 분명한 아이가 되었다. 아이가 달라진 것은 없다. 그저 그렇게 바라보고 말하는 선생님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아이의 특성과 장점에 초점을 맞추어주는 선생님은 매사에 주눅이 들어 의기소침하던 아이를 자신감 넘치며 리더십 있는 아이로 바꾸어 놓았다.

예전에 약물중독으로 보호중인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한 경험이 있다. 그때 들었던 인상에 남는 말이 있다.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도 결국 아이 수준을 넘지 않으며, 그것은 또 고스란히 어른이 만든 문제다’라는 것이다.

문제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선생님을 포함한 어른이다. 문제아라고 낙인 찍는 것도 선생님을 포함한 어른이다. 내가 이해하기 어렵고 통제하기 어렵다고 문제아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들은 말똥이는 눈망울로 응시하거나 눈은 바닥을 향해도 귀는 쫑긋하며 선생님을 혹은 어른인 당신에게 온통 열려 있다. 그들은 당신을 통해 보고 배우고 자라는 아이기 때문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 아이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성인으로 성장한다. 그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 건강한 나라를 함께 하길 바란다면 아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춰줄 수 있는 당신이어야 한다. 잘 갖춰진 시스템도 결국 사람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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